• Total184,649
  • Today26
  • Yesterday109
  1. 2008/09/14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1)
  2. 2007/11/16
    yes24 아름다운 서재




발자크는 문학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은 '흥미'라고 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봐지는 혹은 들어지는 영화에 비해 문학은 여러 사고작용을 필요로 한다.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영화나 연극을 끝까지 보는 것에 비해 대단히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흥미를 끌지 못하는 문학이 소비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끝까지 읽히지 않는 문학은 심하게 말해서 가치가 없다.

나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들 때 가볍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든다. 버스에서 읽거나, 공부하기 싫을 때 언제든 꺼낸다. 날 어렵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라기엔 몇권 보지 않았지만)

그런면에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적잖이 껄끄러운 소설이었다. 매 장면장면마다 마약과 혼음의 환락세계가 펼쳐지고 주인공 류는 너무 구체적으로 떠올라서 읽기에 역겨울정도로 사진찍듯 상세한 묘사를 하고 있다. 덮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지만 금방 읽겠다 싶어서 대강대강 넘기는 쪽을 택했는데, 뒷부분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왔다.

릴리, 나 돌아갈까? 돌아가고 싶어. 어딘지 모르지만 돌아가고 싶어. 분명히 난 미아가 되어버린 거야. 좀 더 시원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는 옛날에 그곳에 있었어.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릴리도 알고있지? 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는 큰 나무 아래 같은 곳.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여기가 어디야?
환각상태의 류는 이어지지 않는 막연한 문장들의 나열로 향수를 설명하고 있다. 알 수 없지만 막연하게 돌아가고 싶다. 여기가 어딘지 알수 없다. 그 시절이 어땠는지 기억하기보다 일단 지금을 벗어나고 싶다. 설명할 수 없지만 지금이 싫다고 류는 말하고 있다. 의미있는 문장일 듯 해서 서문을 다시 읽었다. 무라카미 류는 서문을 쓸때 중요한 부분을 친절하게 짚어주는 분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70년대 중반의 일본 현실을 설명하고 있다.
30년전 내가 아무런 자각을 포함시키지 않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상실감'이다. 1970년대 중반 일본은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그 대신에 무엇인가를 잃었다. 이뤄낸 것, 그것은 일본 고유의 문화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근대화 달성이라는 대(大)목표였다. 하지만 일본 민족은 목표를 잃었다.
일본 독자적인 문화와 근대화의 충돌에서 벌어지는 시대인 1970년대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은 불안감의 상징과도 같다. 매일 수도 없이 다양한 마약들을 접하고 아무라도 상관없다는 듯 관계를 갖고 그러다 문득 다투고 헤어진다.

류는 그 가운데에 있으면서 혼자 정지한듯 멈춰 장면장면들을 사진찍듯 묘사하며 독자의 구토증세를 유발한다. 지금이 좋은지 이대로가 옳은지 뭘 잊고 있는지 류는 자꾸만 물어본다. 그리고 '검은 새', 내 도시를 파괴한 '검은 새'에 대한 반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릴리에게 새를 죽여달라고 한다. 방금전에 벌레를 눌러죽인 류는 검은 새를 두려워하며 도망가려고 한다. 작가는 검은 새 앞에 놓인 류를 통해 전후 일본을 말하고 있다.


마는, 솔직히 30년전 남의나라 일따위 별로 와닿지 않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and Comment 1

이번 주 월요일부터 '검문조장'이란걸 하게 되었기 때문에 일과가 퍽 단순해졌습니다. 말하자면 기상 -> 검문소 -> 식사교대 후 검문소 -> 식사 교대 후 취침 or 다시 검문소. 대략 이정도 패턴입니다. 하루에 10시간에서 15시간을 검문소에 있게 되었네요. 나머지는 취침아니면 식사. 그나마 이번주에 훈련이 겹쳐서 10시간 서는 날도 잘 못쉬었네요.

오늘은 그 10시간 근무선 날이기 때문에 오랜만의 휴식에 감개무량해 하면서 책구경좀 하려고 yes24에 접속했습니다.

'아름다운 서재'란 코너가 있네요
http://www.yes24.com/corner/Book/beautifullibrary/BeautifulLibrary.aspx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책을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요즘 읽고 있는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저자인 김연수씨가 맨 처음 나와서 새삼 반갑게 느껴집니다. 창비나 여기저기 다른 작가들이 훌륭하다고 칭찬해마지않는 김연수씨가 여기서도 맨 처음에 보이네요.

책이 있고, 그 책을 읽을 시간만 난다면, 우리도 꽤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로 서로 읽은 책을 비교해보세요.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은, 게다가 그 책을 둘 다 너무나 좋아한다면 두 사람은 삶을 함께 공유한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더 많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삶을 공유할 수 있어요. 멋지잖아요.
라는 말로 서두를 꺼내면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안정효 역 | 문학사상사
슬라보예 지젝 저 | 인간사랑
이상 저 / 김종년 편 | 가람기획
폴 오스터 저 / 황보석 역 | 열린책들

같은 책들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전에 <달의 궁전>을 읽었는데
또 추천을 해주시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백년 동안의 고독>은 등장인물 이름 익히는게 너무 벅차서 포기했었고요;

황석영씨는 최근작들 위주로 선정하셨는데요,
본인의 최근작 <바리데기>를 꼽으시면서 책홍보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강금실, 권영길 등 정치인들도 많이 보이고...
정치인들은 역시 각자 성향에 맞는 책들을 고르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씨는

스펜서 존슨 | 중앙M&B
잭 웰치 | 청림출판

같은 책들을 고르네요.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요.
추천한 책들 을 보면 성향이 엿보이는 듯 합니다.


마광수 교수님도 보이네요.
본인의 작품에 대단한 애정을 보이시는 분인데요.
역시나 본인의 작품들 십수권으로 추천란을 채워주셨습니다.

그래도
쑥스럽지만 저의 책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상상력에 도움을 주리라 믿습니다.


라고 하시니 솔직하신 편이네요.

고승덕씨는 여러권 소개하는 척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본인의 책
고승덕 | 개미들출판사

을 넣는 소심함을 보이기도 하고,

권영길씨는 민노당 대표답게

KBS일요스페셜팀 취재/정혜원 저 | 거름

요즘 '유한킴벌리 모형'이라 일컫는 유한킴벌리사의 노동 정책에 관한 책이다. 이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휴식과 여가 그리고 교육시간을 배정하고서도 오히려 더 높은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이런 맥락에서 uk모형은 사회적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에겐 더많은 여가를 주며 회사에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주는 1석 3조의 한국형 경제 발전 모델로 검토될 만한 가치가 크다.
소개멘트도 적극적이시고.


소개하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굳이 그 사람이 하는 말, 쓴 글을 읽지 않고도 사람을 접하는 방법.
그 사람이 읽는 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서두에서 소개한 김연수님의 말처럼,

'더 많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삶을 공유할 수 있을 것'

책으로 통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and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