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5/02 화폐전쟁
  2. 2007/10/31 남한산성에 자욱한 말言먼지 (3)
  3. 2007/10/27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1)

화폐전쟁


  오랜만에 읽은 경제 관련 서적이다. 한 동안 장하준과 스티글리츠의 무역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봤었고, 금융쪽으로는 거의 처음 접하는 책이기도 하다. 경제사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시작해서 금융 산업(혹은 금융 귀족)의 발달 과정을 추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책이 다루고 있는 200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수십년 주기로 몇 번의 전쟁과 몇 번의 큰 공황을 거치면 금방 현대에 이르게 된다.

  책의 초반은 로스차일드 가문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집단의 형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 과정을 읽다보니 '허생전'이라는 우리나라의 고전소설이 떠올랐다. 그들은 간단하게 부자가 되고 국가는 무기력했다... 아무튼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막강한 금융세력의 조종에 의해서 일어났다고하는 음모론적 관점에서 서술된 역사를 수백페이지 읽다보면 그 동안 내가 읽어왔던 역사책들의 분석과는 꽤 달라서 혼란스럽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제 기구들, 그중에서도 IMF와 세계은행의 사기수법(?)을 다루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부분에서 저자는 스티글리츠를 언급하고 있는데, 내가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와 그 불만"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이 국제기구들은 애시당초 세계의 금융안전과 경제발전에는 관심이 없으며 몇몇 세력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스티글리츠는 이 모든 과정에 그런 노골적 세력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그들 경제정책의 반복적 오류만을 지적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스티글리츠가 순진한건지 아니면 그런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스티글리츠가 순진했다고 결론내렸다. (물론 저자의 표현은 좀더 온건하다.)

  중반부에는 미국 달러화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FRB(미국의 중앙은행)가 그것을 사들이면서 발행하는 달러는 그 자체가 정부의 부채다. 정부는 미래의 세금으로 채권에 대해서 원금과 이자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경제는 필연적으로 통화팽창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계속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되고 FRB는 점점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챙긴다. 이 과정의 핵심은 FRB가 민간소유라는 점이다. 이 은행가들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굴러가는 자전거에 올라탄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책에서는 금융세력들이 미국에 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여러 명의 대통령을 암살까지도 불사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통화량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한다. 통화발행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를 일으켜 세계의 달러화 수요를 높였다는 주장은 꽤나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여기서 지속적인 부채증가로 인한 금융위기를 예상했던 점이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든 요소가 아닌가 한다. (위기의 진원지가된 핵심적인 기업들의 이름은 다 거론되고 있으며 거기다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앞에 나온 음모론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건전한 화폐로 '황금을 최종지불수단으로 화폐와 연동시키는'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중국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위안화를 금에 연동시켜 안정적인 화폐로 만들면서 새로운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들어 중국이 금융을 장악하고 강국이 되자는 주장이다. 안정적인 금보유량을 확보하게되면 금융투기 세력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게 핵심이었던거 같다.
 
*순수 분량만 450페이지가 넘고 각종 금융수법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채 읽은 책에 대해서 짧은 시간에 리뷰를 하다보니 언제나처럼 미흡한 글이 되었다. 거기다 중간중간에 예전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세종대왕은 책 한권을 100번씩 읽었다는데 홍수처럼 쏟아지는 책들에 밀려서 몇 권의 책을 봤는지 '양'에만 욕심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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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 자욱한 말言먼지








남한산성
- 8점
김훈 지음/학고재

 조선은 임진왜란에 즈음해서 무너질 나라였다. 그때에 즈음해서 임진란이 일어나 의병을 일으키고 양반은 도망가서 무너질 나라를 붙잡았다. 명은 아버지의 나라이자 임진란의 은인이 되어 조선의 위에 눌러앉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선은 망하지 않았고 끝내 명을 섬기겠다고 하며 청을 불러들여 국토를 유린하게 했다. 이기지 못하겠으면 항복이라고 해야 할 것을 버티고 버티면 저들이 물러갈 것이라 하며, 이제라도 저들과 화친해야 한다고 하며 말言먼지를 드높였다. 청을 삼전도를 말馬먼지로 뒤덮었다. 임금은 추운 겨울 내내 남한산성에 있었다.


 조선은 말로 망한 나라다. 김훈은 그 말을 하려고 한다. 버틸 힘이 없어도 말이 교묘하고 에둘러서 피지배층을 어르고 달래며 버텨낸 나라다. 힘이 없으면서도 몸은 끝내 굴하지 않으려 하고 말은 바른 말을 하려 한다.
 
 최명길은 병졸들까지 자기더러 역적이라 하는데도 화친하자 하는가
 왜 왕이 항복문서를 쓰라는 데도 자결하고,
     분이 터져 죽고,
     엉뚱하게 안시성을 적은 글을 올리는가
 김상헌은 왜 버티려는가. 끝내 무너질 것을 붙잡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 말이 두려워서다.
처음 꺼낸 말을 스스로 덮는것이,
결국 청에게 졌을 때 싸우자 한 말이 화가 될까,
항복 문서를 썼다는 말이 두려워서,
끝까지 충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할게 두려워서다.

온 땅을 유린당해 남한산성에서 궁핍하면서도
용골대에게 신찬을 보내는 임금
명의 황제에게 문안인사를 올리는 임금
칸이 돌아간다는 말이 두려워 삼전도로 나온 임금

결국엔 살고싶다고 말한 임금.

말 때문에 적을 불러들이고
말 때문에 지지 못하고 버티다
결국 돌아간다는 말이 두려워 삼전도로 나간 임금은

칸에게 끝내 지고 말았다.


결국 이긴 것은 살아남은 서날쇠뿐이란 것.
말은 말일 뿐 말에게 매달리면 안된다는 것.

김훈은 나에게 그 말을 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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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 6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김영사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누가 말했다.
이런 류의 책들은 모든 증거들을 부인한다고.
증거들이 있긴 하다. 그것도 매우 많이.
문제는 증거들조차 믿으면 증거가 되고 믿지 않으면 증거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증거가 있든 없든 차이가 없다.

신은 관념적인 존재다. 종교인들은 관념을 초월했다고 말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종교인에겐 상상력의 산물이다. 종교인들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내가 이해하기에 저자는 이 말을 하려는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은 종교인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박해한다는 것이다.
박해란 표현이 왜곡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그들의 종교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며 믿지 않는자, 다른 신을 믿는 자들을 무지하고 구제해 주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이는 박해다. 나는 성경모임에 나오라며 집에가는 길에 무수한 방해를 받았다. 대화하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음에도 그들은 끝내 나를 방해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구심점이 없는 비종교인들에 비해 다수기 때문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는다.

왜 종교의 자유를 달라고 그리 울부짖던 이들은 비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걸까. 직접적으로 전도하고 행인들에게 말걸지 않는 사람들, 나는 그렇게 극성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종교인도 마음 속으로는 비종교인을 가엾게 여기는 게 사실이다.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게 분명한 이들이니까.

하느님이란 사람이 그렇게 우리를 사랑한다면, 왜 예수를 한명만 보냈단 말인가. 어째서 그동네 사람들에게만 하느님을 알게 하고, 조선인들은 구제하려 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들은 스스로 깨달을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 이역만리의 소식을 제깍제깍 전달해줄 통신수단이 있어서? 예수가 전도하러 곧 갈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모두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된다. 예수를 특정 지방에만 보낸 것은 그들에게 좀더 빨리 하느님을 알게 해서 자기 곁에 데려오려는 편애니까.


그들은 믿고 싶기 때문에 믿는 것이고 나는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못 믿는 것이다.  성경을 쓰려면 처음부터 전 세계 210개 국어로 써 주었어야 한다. 난 그네들의 말을 모르니까 지옥에 가야 하나? 번역이 틀리면 어떻게 하지? 잘못 알았으니까 지옥에 가야하나?


 그렇지만 나는 신을 부정하고 싶지도 믿고 싶지도 않다. 다만 신을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상대방에게 생각을 강요하거나 무시하거나 밀쳐내는 일 없이 모두 동등하게 사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곳에서 비종교의 자유를 소수란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비종교인들 사고의 구심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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